김훈의 '이빨'과 김근태의 '콧물', 그리고 문재인
2012. 12. 3(월)
2012 대선, 선거운동이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후보간 첫 TV토론이 내일로 다가왔다.
칼의 노래, 김훈의 이빨
소설 '칼의 노래'로 유명한 작가 김훈.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최근 경북 울진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그. "몸은 겨우 견딜만 합니다. 여생의 시간을 아껴 쓰려 합니다". 최근 팬카페 회원들에게 보낸 안부글이다. 그 흔한 컴퓨터도 다루지 못하며, 여전히 200자 원고지에 손으로 글을 밀고 나가는, 노(老)작가 김훈은 내겐 여전히 '청년'이다.
김훈은 '칼의 노래'를 집필하는 동안 이빨이 8개가 빠졌다고 했다. 한 인터뷰 기사에서 그는 "입안에서 오물거리면 툭 뱉어버리고 글을 썼다"고 했다. 난 그 기사를 온전히 믿기는 어려웠다. '책 한 권'을 쓰는 일로 이빨이 8개나 빠질 수 있다는 걸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미 수 년 전 얘기다. 하지만, 최근에 '그럴 수도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영동, 김근태의 콧물
영화 '남영동1985'.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린 기억은 없다. 남영동1985를 보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지난 주말, 볼 시간이 있었는데 미뤘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시사회 후 언론사의 영화평, 그리고 관계자들의 얘기만 들어도 울컥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볼 것이다.
김근태는 콧물을 흘린다. 시도 때도 없이 흘린다. TV토론에 나와서 토론 중에도 끊임없이 손수건으로 콧물을 훔친다. 발음도 어눌하다. 목소리엔 영 힘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했다. "저 사람 왜 저렇게 발음도 어눌하고, 콧물을 흘리냐"고. 모두 고문 후유증이다. 26년간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2012년을 점령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작년 이맘 때 쯤 세상을 등졌다.
문재인의 이빨
다시, 문재인. 안철수와의 토론회를 보다보니, 사투리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발음이 부정확하게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포털 뉴스의 댓글을 보니 역시 문재인의 발음에 대한 의견들이 적지 않았다. 난 그제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문재인이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할 즈음, 우연히 한 글을 보았다. 문재인이 청와대 근무 시절을 회상하던 글이었다. 거기서 문재인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업무량이 한계용량을 늘 초과하는 느낌"이었으며, "언제나 잠이 부족했다"고 적고 있었다. 심지어 치과 치료 중에도 졸 정도였다고 한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도 다른 병원보다 치과 가기가 겁이 나는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민정수석 1년 만에 무려 10개의 이빨이 빠졌고 임플란트가 대신하고 있다는 것. 이 부분을 보고 문득 앞서 얘기했던 '김훈의 이빨'이 생각났다. 사람이 온몸을 다해 무엇인가를 하면 몸이 저렇게 반응을 할 수도 있구나, 란 생각을 했다. 괜히 '의심'의 마음을 가졌던 김훈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내일 있을 대선후보 TV토론을 기대한다.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음, 음, 음'하며 발성 연습을 한다“는 문재인이, 내일 토론에서도, 발음이 다소 새더라도, '온몸'을 다해 임해줄 것이라 믿는다. '온몸'으로 무언가를 얘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 내용이 다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그 목소리와 말투만 들어도 감동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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