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방송 개국 1주년 기념 첨맘님 인터뷰 전문입니다.
시민방송 개국 1주년 기념 첨맘님 인터뷰 전문을 풀어서 올립니다.
제가 추린 몇 가지 중요한 말들과 함께 전문 올립니다. 인터뷰 영상 퍼나르실 때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간 상 솔향님의 말씀은 최대한 축약하고 첨맘님의 말씀만 풀었습니다.
-주요 말씀
"대선 결과,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많이 실망하고 아프겠지만, 원래 선거라는 것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존재하는 한, 대통령 선거는 5년 마다 끝없이 반복된다. 어쩌면 이 일도 일어나야만 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
"소망은 가지되 욕심은 좀 줄이고, 긴 호흡을 가지고 해야 된다."
"향후에 제가 어떻게 살 건가, 이른바 거취에 대한 것들은 책이 나오기 전 제가 이 달 중에 말씀드리게 될 것이다."
"그 안에서 노력해서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일정한 한계 왔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그러니까 어떤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고, 이 구조의 변화는 정치 안에서 일어나는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거 같다, 이것은 정치 바깥, 정치 너머, 정치 아래에 있는 요소들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줄 때, 비로소 정치 안의 변화도 일어날 수 있는 국면에 온 것 같다."
"<남쪽으로 튀어>에서 인상깊었던 대사들, ‘혁명은 운동으로는 안 이뤄지는 거야, 혁명은 운동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마음의 변화에서 오는 거야.’, ‘진짜 개인 단위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맛 볼 수 있는 거야.’ "
"결국 사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열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진전되는 만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
"내가 영위하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또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 확실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 그런 노력이 굉장히 필요한 시점"
"완벽하지 않은 이상이라 하더라도 좋은 수단과 결합하면 스스로를 고쳐가면서 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때로 저는 수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옳든 그르든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혁명은 모든 개량의 시도가 다 좌절되었을 때 일어난다. 혁명은 좋은 것이 아니다. 개량이 좋은 것이다. "
"진보주의라는 것은 특정한 개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어떤 사회적 계급과 관련돼 있지만 특정한 계급의 전유물도 아니다."
"대공장의 노동조합,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월급을 올리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진보하고 관계가 없다. 그건 생물학적으로 아주 자연스런 이익투쟁"
"저는 사민주의가 됐든 뭐가 됐든 진보주의가 됐든 뭐가 됐든, 중요한 판단기준은 그 이념과 이상에 따라서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수단, 절차를 해나갈 때 내가 더 훌륭한 인간이 되는가,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근황은?
=책 쓰는 작업을 하다, 선거 때 한 두 달 못하다 끝나고 다시 작업하는 중이다. 매일 아침 파주에 출퇴근하면서 열심히 작업 중이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의 내용은? 그리고 대선에서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
=사는 이야기다. 그 전에 대선 끝나고 결과가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되고 목숨을 끊은 이도 있었고, 젊은이들이 굉장히 실망해서 후유증도 있다고 한다.
우선 정권교체를 바랐던 분들에게는 서로 위로하고 다독이고 해야 할 거 같다. 선거라는 게 원래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2030 젊은 세대들이 가려는 길을 5060유권자들이 나서서 막아버린 결과가 됐기 때문에 마음으로 이 결과를 수용하기 어려워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거 같다. 그런데 제가 위로를 드리며 동시에 냉정하게 인정할 건 해야 할 거 같다.
원래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건 그 사람이 당선되기를 원하는 마음과 함께 낙선하는 경우까지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됐는데 축하하고, 낙선한 문재인 후보와 그 지지자를 위로하고 당선된 후보와 그 지지자에게는 축하해야 될 거 같다. 왜냐면, 우리가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박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했으면 하고 생각할 것인가. 그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계실 때처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이 입장하는데 앉아서 고개 돌리고,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 안 좋지 않았나.
이번에 문재인 후보가 되셨으면 그 때와는 달리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진심으로 축하하고 덕담하고 온 국민의 대통령으로 인정해주길 바라지 않았나.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우리가 그런 축하와 덕담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룰 생각이 없는 걸 다른 사람들한테 해주길 바랐다면 잘못된 것이다. 많이 실망하고 아프겠지만, 원래 선거라는 것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존재하는 한, 대통령 선거는 5년 마다 끝없이 반복된다.
진짜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패배했을 때, 승자와 승자를 지지하는 유권자에게 축하하는 마음을 갖고 있을 때 우리도 그런 축하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고, 그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면서, 이것이 끝이 아니다. 어쩌면 이 일도 일어나야만 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 97년에 우리가 이기기는 했지만..
=97년도는 그렇다 치자. IMF가 터지고 김대중 대통령은 굉장히 오래 정치를 한 분이고, 여권이 분열됐고, 그래서 당선이 되셨다. 그때도 이회창 후보를 열심히 지지하셨던 분들도 멘붕이 왔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5년 후 국민의 정부가 인기가 별로 없었음에도 노무현 후보가 지지율이 10%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일어서서 당선이 됐다. 정몽준씨가 지지철회까지 했는데. 그 때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멘붕을 생각해보라.
진보든 보수든 똑같이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시민으로서, 유권자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존재할 권리가 있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데, 우리가 오늘 겪고 있는 멘붕 같은 상황을 그분들도 겪었을 것이다. 이 상황 자체가 민주주의 제도의 일부다. 그렇게 우리가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MB정권 5년도 우리가 견뎠는데.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어도 대한민국은 들어야 한다. 마음에 안 드는 대통령이 있다 하더라도, 더 좋고 마음에 드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다. 그리고 우리가 돌이켜 보면 87년 12월 대선에서 그렇게 죽고 다치고 감옥가면서 직선제를 쟁취했는데, 야권 후보들이 선거 연합을 안 하고 따로 출마해서 압도적 과반수가 정권교체를 선택했지만 군부독재 2인자인 노태우씨가 대통령이 됐다. 그래도 노태우씨는 전두환씨처럼 못했잖아요. 그렇게 사람 죽이고 아무나 잡아가고 못했다고요. 하기는 좀 했지만 많이는 못했죠.
또 김영삼씨가 야당 하다가 보수 진영으로 투항해서 대통령이 됐는데, 그래도 하나회도 숙청하고 금융실명제도 도입했지만, 그래도 전임자들 보다 훨씬 민주적인 국정 운영을 했잖아요. 그렇게 그렇게 온 거 거든요. 이명박 대통령이 5년 동안 했지만, 국가를 엄청나게 사익의 도구로 삼긴 했지만, 4대강 하나 빼면 자기 마음대로 한 것도 없어요. 민영화 부분은 하려고 했지만 잘 못했다.
그런 것처럼 민주주의 제도라는 것은 권력의 분산, 상호견제, 임기제,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선거,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엄청 나쁜 사람이 되어도 나쁜 짓을 못하게 하는 게 우리 민주주의 제도잖아요.
이 제도는 이명박 대통령이 많이 흔들어놓긴 했지만, 그래도 근본적으로 무너진 게 아니에요. 이 제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소 우리 성에 차지 않는 대통령이 됐다 하더라도 이 제도를 허물지 못해요. 일시적으로 정체되거나 이뤄져야 마땅한 일들이 지체되는 일들이 있겠지만, 옛날로 돌아갈 순 없어요.
-그래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면 또 싸우면 된다. 인간세상이라는 게 몇 백만 년이 있었고, 문명 발생 후 만 년, 민주주의 발생 후 300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30년이잖아요. 사회라는 게 누가 합리적으로 설계해서 만드는 게 아니고 차곡차곡 과거의 바탕 위에서 하나씩 쌓여 온 거기 때문에 우리 생각만큼 앞뒤가 딱 맞게 되지가 않아요. 소망은 가지되 욕심은 좀 줄이고, 긴 호흡을 가지고 해야 된다고 본다.
-책의 제목은 어떻게 정했나?
=제목을 지금 막 결정을 했는데, ‘어떻게 살 것인가’다. 만약 문재인 후보가 되셨으면 제목을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하려고 했다. TV드라마나 영화도 결말을 설계를 해야 된다. 그런 것처럼 잘 살려면 잘 사는 ‘well being’뿐만 아니라 ‘well dying’, 잘 죽는 문제도 같이 고민을 해야 잘 살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인데, 대선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젊은 세대가 굉장히 실망하고 의기소침한 그런 상황이라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나가면 너무 충격적일 거 같다. 그래서 사회가 밝고 희망에 들 떠 있고 그럴 때에는 사실 그 반대의 측면을 좀 봐야 된다. 지금은 대선이 이렇게 되면서 사람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어떻게 살 것인가’로 바꾸었고, 대선 끝나고 한 달 동안 내용도 많이 손을 봤다.
그리고 어떤 정치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되는가, 잘 산다는 건 뭔가, 인생에서 성공이란 어떤 거냐, 그런 거다. 정치도 우리 삶의 일부니까, 일부 내용은 정치에 관한 것들이 있긴 하다. 다소간에 학술적인 내용도 있고, 상당 부분은 제 개인사적 경험 같은 것들도 있고, 뭐라 규정하기 곤란한 이상한 책이다.
누구나 한 번 다 사는 건데, 인생은 연습이 없다. 예행연습도 안 되고 사전녹화도 없다. 유행가 가사처럼 생방송이다. 재방송도 안 되고, 편집, 녹화도 없다. 수정도 안 된다. 그러니까 1회적인 삶이다. 그러니까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저도 55년을 살고 나서 새로운 생각도 많고 하기 때문에 그런 저런 생각을 담아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을 누구나 하니까, 그런 고민을 누구나 하니까 독자들이 자기 삶에 참고로 좀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다. 진리가 담겨 있는 게 아니니까. 그냥 인생을 대하는 여러 가능한 태도 중 하나,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니까 자기 삶하고 비교하면서 그냥 참고로 삼으면 좋겠다. 제가 그런 책을 써본 적이 없으니까 약간 철학적인 책이 된 거 같다. 책이 3월 정도에 출판될 거 같은데, 그러고 나면 기본적으로 출판사에서 기획한 강연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다.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되나?
=향후에 책이 나오고 나서 저자 강연 같은 건 하겠지만 제가 긴 시간 정치하고 글 쓰는 사이, 혹은 왔다갔다 하거나, 정치와 글쓰기를 같이 하면서 살아온 사람인데요, 저 개인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책에 있기도 한데, 향후에 제가 어떻게 살 건가, 이른바 거취에 대한 것들은 책이 나오기 전 제가 이 달 중에 말씀드리게 될 것이다. 지난 번 한 번 시민광장 집행부 일을 하는 분들에게 당분간 당에서 당직을 맡거나, 공직선거에 나가거나 이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고요, 그 당분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니까 이 달 중으로는 제 거취에 대해 말씀드리게 될 거 같다.
-지금 우리 정치는 어떤 상황에 와 있는지?
=이 책은 정치 이야기가 일부 있는데, 정치라는 게 정치인에게는 직업이고, 우리 모두에게 삶의 일부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있고, 예전 통합진보당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오는데, 사건 자체에 관한 것보다 그런 사건을 겪으면서 제가 느낀 것, 그리고 이런 사건들을 어떤 관점에 봐야 되는가, 이념이란 것, 열정이라는 것, 진리라는 것, 권력이라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해서 어떤 태도로, 어떤 시각에서 그 문제를 판단해야 되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얘기를 했고요.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절망감에 빠진 것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저는 이게 단순히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낙선했기 때문에 오는 실망을 넘어서는 어떤 측면이 있다고 봐요. 제 개인적으로는 약 11년 정도를 정치했는데, 정치가 중요하고, 사회가 변하려면 정치가 변해야 한다. 변화 그 자체가 정치에서 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변화가 종국적으로 현실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치를 통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야 해요.
정치는 굉장히 중요한 삶의 영역의 한 부분인데, 직업정치인으로서 제가 한 번 해보고 드는 느낌은 그와 같은 정치의 변화에는 정치 그 자체의 변화, 정치 그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어떤 일들이 있고, 또 정치 아래, 정치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 있어요. 실제 현실의 변화는 정치 안에서 일어나는 일과, 정치 바깥, 정치 너머, 또는 정치 아래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어우러지면서 사회가 변하는 거 같아요.
단기적으로 보면 정치 안에서 해볼 수 있는 거의 다 해보지 않았나, 지금 주어져 있는 정치 구조 안에 들어가서, 그 안에서 노력해서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일정한 한계 왔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그러니까 어떤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고, 이 구조의 변화는 정치 안에서 일어나는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거 같다, 이것은 정치 바깥, 정치 너머, 정치 아래에 있는 요소들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줄 때, 비로소 정치 안의 변화도 일어날 수 있는 국면에 온 것 같다.
특히 진보정치, 민주당과 진보라고 생각할 때, 왜 어떤 사람은 진보적이고, 어떤 사람은 보수적인지, 그런 거요. 또는 철탑에 매달려서 농성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을 볼 때 마음이 왜 아픈지. 이런 것, 정치와 관련해서 일상에서 겪는 사회와 관련된 심리적 갈등, 이런 것들이 어디서 생기는지, 이런 것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이런 문제들도 들어 있다.
지금은 정치 너머, 정치 아래, 정치 바깥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정치 내부의 변화, 정치 그 자체의 변화도 일어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지금 온 거 같다는 판단이 있다. 이런 판단들과 이런 판단들이 서면 우리가 어떻게 살 건지에 영향을 주잖아요. 그래서 그런 문제들에 대한 생각은 조만간에 말씀을 드리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는?
=(5일 시점에서) 내일 저녁 <남쪽으로 튀어라>라는 영화의 공개시사회에서 좌담회를 한다. 그 소설을 좋아해서 어디 인터뷰를 하면서 언급한 게 있어서 원작을 낸 출판사에서 하자고 해서 하는 건데, 영화에서는 어떻게 반영이 돼 있는지 모르겠다.
거기 보면 주인공이 한 말 중에 제가 읽었을 때 와 닿았던 게, 4,5년 전에 읽었던 거 같은데, ‘혁명은 운동으로는 안 이뤄지는 거야, 혁명은 운동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마음의 변화에서 오는 거야.’ 그렇게 얘기가 나오고요, 주인공이 일본 전후 좌파 운동권 출신이죠. 옛날 동지들이 와서 뭐라고 하니까 나보고 동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얘기를 하면서 ‘진짜 개인 단위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맛 볼 수 있는 거야.’ 그런 말이 나와요.
그래서 지금 시기는 우리들이 각자 자기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시기 같아요. 진짜 사회의 변화, 세상의 변화, 우리들의 삶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시민광장, 노사모, 또는 진보진영. 지난 수십여 년 간 많은 희생과 고통을 겪으면서 노력해왔고, 지금도 자기 자신의 안위와 행복, 쾌락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떤 것을 공감하면서 사회적 선을 이루기 위해 공감해온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이념이나, 논리나 명분 이전에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자기 마음의 소리를 잘 들을 필요가 있겠다, 결국 사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열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진전되는 만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떤 거시적인 이론이라든가, 이념이라든가, 이런 것들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미시적인, 개별적인 내면적인 성찰, 그리고 자기 삶에 대한 진취적이고 건강한 어떤 확신, 그런 확신에 의거해서 내가 영위하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또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 확실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 그런 노력이 굉장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봐요.
제도의 개선이라든가, 집단적인 운동 같은 것이 이룰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인지, 이런 것들과 함께 살펴보고, 그것만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그것만으로 충분한지, 그렇지 않다면 그런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운동의 기초를 이루는 각 개인들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이런 것들을 제가 많이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런 걸 생각해봐야 될 시기라고 생각하고, 궁극적으로는 내 삶은 내가 사는 거고,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모든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여기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일상이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모든 삶이, 내가 하는 선택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 건가를 한 번 돌아보는, 대통령 취임까지 4주 정도 남았으니, 4주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봐요.
-진보정의당의 사민주의 논쟁에 대해서
=사민주의는 사회주의적 이상을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실현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이념이 필요하다. 이념의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상을 어떤 방법으로 실현하느냐는 것이다.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목적이 정당하냐, 정당하지 않냐고 토론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어떤 이념이나 목적에 대해 폭넓게 합의해도 어떤 수단으로 실현하느냐가 중요하다. 목적이 옳아도 옳지 않은 수단으로 죄악을 저지른 사례가 역사에 무수히 많다. 완벽하지 않은 이상이라 하더라도 좋은 수단과 결합하면 스스로를 고쳐가면서 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때로 저는 수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뭐가 옳은지 궁극적인 진리를 알 수 없다. 진리는 확정된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 있지만 완벽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까이 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진리탐구다. 그러다 보면 늘 오류를 저지를 수 있고 판단을 잘못할 수 있는 인간들이 오류와 판단착오를 교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된다. 그게 민주주의다.
사회주의적 이상이 옳냐, 그르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옳든 그르든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하게 될 때에는 추구할 수 있는 목표에 한계가 지워진다. 어떻게 보면 사회민주주의는 진보적 이상과 민주적 방법 사이의 타협 혹은 결합이라고 본다. 완결된 이념 형태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지향과 같은 것들은 임시적이다.
이런 개방성, 자신의 오류 가능성 등을 인정하고 열어놓고 다른 이념, 다른 목표에 대해서 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태도가 자유민주주의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도 사민주의적인 세계관과 이상이 민주적 절차에 대한 믿음을 결합시킨 진보정당이 나올 때 됐다고 생각했다. 옛날 민주노동당이 사회민주당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사민주의는 개량주의라는 말도 하지만 정치가 개량이다. 혁명은 모든 개량의 시도가 다 좌절되었을 때 일어난다. 혁명은 좋은 것이 아니다. 개량이 좋은 것이다. 사민주의에 관한 논의는 진지하게 해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민주의 이상의 내용도 시간과 공간을 떠나 확정된 게 아니다. 한국형 사민주의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란 무엇인가?
=이번 책에서 다룬 가장 중심적인 개념이 진보, 진보주의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다. 제가가 진보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진보를 여러 철학적으로, 이론적으로, 체제론으로 규정할 수 있는데, 제가 이번 책에서 선택한 개념은 생물학적 개념이다.
진보는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럽고, 진화적으로 새로운 일을 하는데, 어떤 일이냐면 나와 유전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의 복지에 대해서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내가 가진 사적인 자원을 기꺼이 내놓으려는 자발성을 진보라고 하는데 생물학적으로는 부자연스럽다.
생물학적으로는 우리가 나만 생각하고, 내 가족만 생각하고 내 친구만 생각하고, 이게 생물학적으로 굉장히 자연스러운 건데, 나는 알지도 못하고 아무 관계도 없고, 친척 관계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사람의 고통에 공감을 느끼고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내가 가진 뭔가를 내놓는 것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그래서 진보는 늘 소수파다. 그런데 진보 그 자체는 자연스럽다. 사람들 중 그런 숫자는 항상 자연스럽게 있어야만 된다. 종이 살아나가고, 한 사회가 생존해나가려면 모든 사람이 전부 다 이기적으로만 행동하면 그 집단은 망한다. 결국 살아남은 집단 속에는 그 집단이 살아남을 만한 이유가 있다. 인간의 일정수가 항상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일들을 한고 덜 자연스러운 생각을 한다는 거다.
그래서 진보 그 자체는 진화의 산물이고 자연스러운 건데, 전체적으로 보면 이 진보주의의 내용, 진보적 사고방식, 행동방식이라는 것은 덜 자연스러운 거다. 이걸 고귀하다, 않다 따지기 전에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 거다. 진보주의라는 것은 특정한 개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어떤 사회적 계급과 관련돼 있지만 특정한 계급의 전유물도 아니다.
대공장의 노동조합,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월급을 올리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진보하고 관계가 없어요. 그건 생물학적으로 아주 자연스런 이익투쟁이거든요.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임금손실을 받아들이면서 비정규직과 함께 살자, 이러면 무지하게 진보적인 거예요. 그래서 누가 하면 진보고, 누가 하면 진보가 아니다, 어떤 집단, 어떤 계급이 하면 진보고 다른 계급이 하면 진보가 아니다, 이런 건 성립이 안돼요. 진보라는 것은 개인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남에 사는 땅부자, 타워팰리스, 수천억 재산 가진 사람이 종부세 찬성하고, 기부 많이 하고, 자원봉사하는 것, 진보다. 강남좌파라는 게 이상한 현상이 아니고, 원래 강남에 진보가 있는 게 정상인 거예요.
마찬가지로 어떤 노동자라고 해서 다 진보적인 게 아니에요. 노동자 중에도 진보적인 사람이 있고, 안 그런 사람이 있는 거고, 부자 중에도 진보적인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 거고. 다만 자기가 삶의 환경이 어렵고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공감의 능력이 커질 수 있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진보주의로 갈 가능성이 높은 거지요. 그렇게 저는 생각하고 우리들이 진보주의라든가, 사회민주주의라든가 어떤 이념과 이상을 생각할 때 그 동기는 좋은 거지만 대개 어떤 교조나 이념적 논리에 갇히게 되면 자기 삶이 답답해져요.
저는 사민주의가 됐든 뭐가 됐든 진보주의가 됐든 뭐가 됐든, 중요한 판단기준은 그 이념과 이상에 따라서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수단, 절차를 해나갈 때 내가 더 훌륭한 인간이 되는가,다. 일이란 건 하다 보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선거를 나가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이기든 지든 당장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내가 인간적으로 인격적으로 더욱 품격 있고 훌륭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그건 좋은 거예요. 아무리 빛나는 이상이라고 남들이 얘기하는 거라도, 이상이라고 남들이 얘기하는 거라도 그걸 하는 과정에 내가 비루하고 비천하고 보기 흉해지고 이렇게 되고 있다고 느끼면 그건 잘못된 거다.
저는 판단기준이 어떤 논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욕을 하더라도 내 스스로 봤을 때 나는 떳떳하고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내가 훌륭해지고 있다, 내가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면 그건 좋은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이념, 이상을 봤으면 좋겠다.
<끝>